2. 기획의도
의대 열풍이 극에 달한 대한민국, 학벌은 곧 계급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서울 대치동에선 더더욱 그렇다. 유치원생부터 ‘의대반’에 다니고, 의대에 가기 위해 재수·N수는 기본. 10시에 학원을 마치고 24시간 카페에서 공부하며 일타 강사 강의엔 줄 서는 곳이 대치동이다. 이렇게 치열한 입시 경쟁의 정점에서 가장 큰 수혜는 학생일까?
아니 ‘일타 강사’다.
이 이야기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 오수생과, 입시 시장의 권력을 쥔 스타 일타 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을 그린다. 존경과 의존, 회유와 가스라이팅이 얽힌 관계 속에서 주인공은 학벌이라는 허상을좇으며 점차 무너져간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이를 조장하는 사회다. 학벌을 맹목적으로 쫓으며 만드는 구조적 모순, 사교육 시장의 부조리와 학벌 집착이 만들어낸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 진정한 성공과 개인의 가치를 다시 묻고자 한다.
3. 스토리
서울대 의대에 실패하고 지방대 의대에 합격한 사수생 오하늘은 학벌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오수를 결심한다.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소 존경하던 일타 강사 김유종의 권유로 학원 조교가 된다. 의치한반 출신 상위권 조교들과 어울리며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을 키워가던 하늘은 동료 조교 고태영에게 호감을 느끼는 동시에 김유종과도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김유종은 하늘을 특별히 챙겨주며 그의 심리를 장악해간다. 챙김을 받을수록 성적이 올라 김유종과 더욱 가까이 지내지만, 전 조교 지연이 찾아와 김유종을 조심하라 경고한다. 이에 하늘은 무시하고, 더욱 그의 세계로 빠져든다.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하늘은 김유종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타 강사의 교재와 모의고사를 표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주변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김유종은 오히려 회유와 가스라이팅으로 하늘을 붙잡는다. 불안한 하늘은 그의 지시에 따라 타 학원의 자료까지 훔치지만 성적은 하락한다. 설상가상, 자취방을 찾아온 엄마에게 오수 사실이 들통나며 큰 다툼이 벌어진다. 집을 뛰쳐나간 하늘은 김유종을 찾아가지만, 부적절한 접촉을 당하며 그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연의 경고가 사실임을 깨닫는다.
김유종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늘은 그의 실체를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조교 신분을 활용해 피해자들과 증거를 모으고, 그의 표절·성추행·불륜 의혹이 온라인을 통해 드러나자 학원가는 혼란에 빠진다. 김유종은 혐의를 부인하며 조교들을 공범으로 몰아세우고, 명예훼손 고소까지 불사한다.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하늘은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김유종의 아내가 공개적으로 그를 폭로하며 그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은 곧 새로운 일타 강사를 찾아갈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허무 속에서 하늘은 부모와의 대화 끝에 휴학을 받아내고 독학 반수를 선택한다. 김유종이 마지막으로 연락을 시도하지만, 하늘은 단호하게 그를 차단한다.
하늘은 서울대 의대는 아니지만 결국 Y대 의대 합격에 성공한다. 모두가 축하하지만, 그가 느낀 것은 성취가 아닌 공허함이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성적을 위해 시험 정보 공유방에 가입하고 족보를 사고파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한다. 이는 주변 동기들도 마찬가지이다. 학업과 병행해 과외와 학원 강사 일도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김유종이 했던 행동을 자신도 답습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죄책감은 희미해지고, ‘이 세계는 원래 이런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만 남는다. 결국 입시 시장에서 벗어나려 했던 하늘은 그 일부가 된 채, 정말 이 굴레에서 벗어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이야기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