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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Alive : A space for survival in Seoul

  • 작가 : 박이제
1. 제목
  • Final Alive : A space for survival in Seoul
2. 기획의도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다. 유행과 상권의 흐름 속에서 한때 활발히 쓰였던 연습실, 상가, 작업실은 자본의 논리와 상업적 변화 속에서 버려지고 잊히기도 한다. 하지만 버려진 공간은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다시 점유되고 새롭게 쓰일 수 있는 잠재적 장소다. 공간은 물리적 차원을 넘어 개인과 집단의 기억과 정체성을 담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며, 그 흔적은 도시 속에서왜곡되지 않고 잔존한다. 이 유기적 순환 속에서 새로운 생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본 작품은 단편 영화 〈마지막 피로:연〉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추방된 뱀파이어 연인이 버려진 건물 안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모습을 추악하면서도 섹슈얼하게 그린 작품이다. 본 팀은 이 영화의 연출과 미술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영화 속 세계를 공간적 관점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상상적 존재의 개입을 통해, 잊힌 공간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과 그 의미를 시각화 하고자 했다.

〈Final Alive〉는 영화의 연장선에서 출발했지만,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현실적 맥락을 드러내는데 집중했다. 유행이 지난 거리의 상가에 비어 있는 건물과 ‘임대’ 포스터들이 쌓이는 모습은, 활기를 잃은 도시 풍경이자 인간적 관계가 소멸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우리는 이러한 풍경 속에서 과거의 가치와 기억이 여전히 흔적으로 남아 있고, 그것이 현재와 교차하며, 나아가 비현실적 존재가 거주하는 미래의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탐구한다.

부제 'A space for survival in Seoul'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를 가리킨다. 버려진 공간이 다시 살아남는 것처럼, 서울에서의 인간 역시 끊임없이 소비되고 소외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버텨야 하는 존재다. 제목 속 “Alive”는 여전히 살아 있는 흔적과 기억을, “Survival”은 그 불안정한 지속의 조건을 의미한다.

〈Final Alive〉는 결국 서울을 생존의 장으로 바라본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다시금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3. 설명
설치는 지하층에 놓인 하나의 잔재적 공간을 재구성한 작업이다. 공간은 세 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한 면은 투명 유리 혹은 개방된 상태로 제시된다. 이 삼면 구조는 외부와의 단절을 드러내면서도, 관객과 도시가 내부를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이 장소가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가능성의 장임을 드러낸다.

지하실이라는 설정은 의도적이다. 지하층은 일상적 시선에서 벗어나 오래된 물품을 쌓아두고 정돈되지 않은 흔적이 남는 공간으로, 사용과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주는 층위다. 또한 은밀하고 지속적인 행위가 가능했던 공간이라는 특성은, ‘숨겨진 생존’과 ‘시간의 기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도면에 나와 있지 않은 한 면은 외부에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로 처리할 예정이다. 출입문 역시 투명하게 설치되어 마치 제4의 벽을 실체화한 역할을 한다. 관객은 유리문을 통과하며 단순한 관객이 아닌 직접적인 참여자가 된다. 이러한 벽면은 공간의 접근성과 관찰 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내부 세계가 외부와 연결된 듯 보이지만 혼합된 것이 아닌 독립적 시간과 규칙을 지니고 있음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 공간은 유리 너머로 내부를 읽고 상상하며, 공간의 잠재적 생존과 재점유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다.

내부 바닥과 벽면은 투명 비닐로 덮여 있다. 이는 시간과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관객과 공간 사이에 미묘한 분리막을 만들고, 내부를 ‘보존된 흔적’으로 제시하는 장치다. 비닐은 또한 공간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물리적 레이어로 읽게 하여, 버려짐과 잔존, 재구성의 의미를 강화한다.

모든 오브제는 새것이 아닌, 사용감이 깊게 스며든 상태 그대로 놓여 있다. 거미줄이 친 빈 트렁크, 사용감이 많은 촛불, 녹슨 행거, 벽면의 날짜 표식, 피팩 등은 시간과 인간 흔적이 겹겹으로 쌓인 기록이자, 공간 안에서 일어난 삶과 생존의 흔적을 드러낸다. 검정 시트지로 막힌 창은 외부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봉인하며, 방음재 벽에 남은 흰 페인트 자국은 과거 지하실의 흔적과 임시적 수선의 흔적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품 보드에는 영화의 스틸컷 이미지가 함께 제시된다. 이 이미지는 단순히 영화 속 공간의 시각적 제시를 넘어, 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를 디자인 요소로 사유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기억과 흔적의 재구성과 지속, 그리고 공간이 지닌 잠재적 생존력을 인식하게 된다. 서울을 인간과 동일화된 기억의 층위로 바라봤기에, 인물이 개입된 이미지 또한 공간의 의미를 확장하며, 붕괴가 아닌 잔존을 통한 시간의 누적과 지속성을 강조한다.

〈Final Alive〉는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버려진 건물과 공간은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다시 점유되고 살아날 수 있는 잠재적 장소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도시적 맥락 속에서 개인과 집단의 흔적이 어떻게 남아 있고, 그 흔적 위에 새로운 생존과 재점유가 가능함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