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획의도
청계천의 공업 지대는 한때 서울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청계천의 많은 다리들은 그들의 땀 위에 지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의 발전에 그토록 철저히 사용되었던 청계천 공구 상가는 이제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처음에 혼자 카메라를 목에 걸고, 냅다 공구 상가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나는 우습게도 폐허가 된 공간 속,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내팽개쳐진 사람들을 담으러 갔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나의 오만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피가 묻고 녹이 슨 기계들 사이를 바삐 오가며 여전히 활기차게 일하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집중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순수하게 멋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처음에 계획한 프로젝트를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세월이 담긴 공간은 어떠한 기교도 없이 카메라만 갖다 대도 멋이 흘러 넘쳤다. 시간이 흐르고 청계천의 역사는 경제적 논리와 개발로 쉽게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럼에도 피땀을 흘리던 그들이 있었음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허물어지고 다시 지어지는 구조 속, 치열하게 살아남은 이들을 재조명하는 이 프로젝트가 그들의 멋을 기억해 줄 사람이 늘어나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본다.
3. 시놉시스
낮인지 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공구 상가, 그 안에선 다양한 인물들이 삶을 살아간다. 익숙한 뜨거움을 참아내며 용접하는 이부터, 커다란 음향기기를 옮기는 이, 인쇄를 하며 종이를 찍어내는 이, 움직이는 기계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 등등.. 모두가 다른 모습이지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그들은 마치 끈끈한 신체 조직 같다.
청계천이 가진 오랜 역사는 경제적 논리와 개발로 쉽게 사라져 버린다. 한때 서울의 발전에 철저히 사용되었지만 버려질 위기에 처한 청계천 공구 상가, 산업은 쇠퇴하고 기계는 녹슬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울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