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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zy the mole (두더지 밴지)

  • 작가 : 최범식
1. 제목
  • Vanzy the mole (두더지 밴지)
2. 기획의도
캐릭터 밴지의 출발점은 서울의 주거 공간, ‘반지하’였다.
나는 무명의 도예가 시절, 한 줄기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 작업실에서 30대의 절반을 보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흙과 싸우다 해가 다 지고 나서야 밖으로 기어 나오던 일상의 반복.

암울한 환경보다 더 괴로웠던 건 6년간 보상 없는 도전이 주는 불안과 열등감이었다.
마치 내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암흑 속에 살아야 하는 두더지 같았다.
그 시절 나에게 소소한 낙이 있었는데, 20년도 지난 옛날 시트콤을 보는 일이었다. 시트콤 안에는 웃음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트콤에서 모순을 발견했다. 웃음을 주는 시트콤은 사실 등장인물의 크고 작은 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관객은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비극과 희극도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 처지를 캐릭터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밴지가 탄생했다.
‘밴지’라는 이름은 지하 생활을 하던 시기에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의 주거형태 ‘반지하’에서 비롯되었다. 반지하가 지상과 지하의 경계에 놓여 빛을 향한 갈망과 동시에 어둠을 끌어안는 이중성을 지니듯, 밴지는 당시 나의 비관적인 상황 그리고 들끓는 욕망을 위트와 유머로 비틀어 표현한 존재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고통과 기회가 교차하는 무대이고, 반지하는 그 양극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공모전에서 나는 ‘서울, 반지하’를 배경으로 태어난 밴지를 통해 화려한 서울이 품은 이면의 그림자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과거 뱃사람들에게 태풍보다 무서운 건 ‘무풍지대’를 만나는 일이었다고 한다. 적어도 서울은 나에게 ‘태풍’ 같은 곳이다. 비관적인 에너지조차 동력으로 삼았던 나의 경험을 통해 서울의 모든 언더독들에게 한 줄기 햇빛 같은 응원이 되길 바란다.
3. 설명
‘밴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면을 상징하는 ‘반지하’에서 탄생한 캐릭터로, 인간 본질의 감정인 ‘욕망’과 함께 가장 낮은 곳에서 정상을 지향하는 ‘언더독’을 상징한다. 두더지임에도(실제 두더지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불구하고 크고 동그란 눈과 길게 솟은 코, 그리고 위트 있는 표정은 밴지의 모순적인 성격과 캐릭터 고유의 특색을 나타낸다. 특히, 하늘을 향해 뻗은 긴 코는 결핍 속에서도 끊임없이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밴지가 태어난 반지하는 단순한 고립과 결핍의 공간이 아니다.
지상과 지하의 경계에 놓인 이 장소는 오히려 가난한 예술가인 나에게 주어진 기회의 장이었다. 밴지는 바로 이 역설적인 기회의 공간에서 태어나, 고통을 딛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언더독 그 자체이다.

시각적으로 밴지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그리고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된다. 이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자,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가볍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밴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캐릭터의 친근함에 이끌리지만, 곧 그 이면에 숨겨진 깊이와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밴지는 나의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비관주의자의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고 낙관주의자의 태도로 표현하는 작가의 삶의 태도를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밴지를 통해 나는 진짜 서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과 욕망을 넘어 희망을 향해 도약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