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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ortfilm

비행

  • 작가 : 김다인
1. 제목
  • 비행
2. 기획의도
관상은 과학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근원적으로 절대 선택할 수 없는 요소인 외형만을 가지고 너무나도 쉽게 상대를 판단한다. 범생이와 양아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걸까? 당연히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전형성'에 의존하며 서로를 경험하기 이전에 판단할까?
본 작품에서는 관객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역이용한다. 전형성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두 아이가 우연히 마주치며 서로의 선을 침범하게 되는 순간 편견은 완전히 깨진다. 두 사람이 온전히 개인으로 존재하고 받아들여질 때 작품은 비로소 마무리된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를 한층 더 세심하게 들여다 봐줄 필요가 있다.
3. 시놉시스
뜨거운 태양빛이 쏟아지는 한 여름날. 거친 락 음악과 함께 지금 이 순간, 혜성(18, 남)의 다리는 그 여느 때보다도 바쁘게 움직인다. 노란 머리가 햇빛에 더욱 눈부시게 흩날린다. 골목길 사이를 노련하게 달리는 혜성.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라도, 멈추지 않는다.
그와 정 반대로, 미동도 없는 자세로 바르게 앉아 공부하고 있는 원해(18, 남). 떠들기 바쁜 아이들 목소리와 락 음악이 점차 과열되자, 헤드셋을 낀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사각사각, 교실을 채우는 건 원해의 필기 소리 뿐이다. 그때 톡, 부러지는 원해의 샤프.
드럼 소리와 함께 다시 락 음악으로 전환. 혜성이 그토록 달려서 도착한 곳은 오늘따라 높은 담장 앞이다. 가방이 담장 너머로 휙, 던져진다.
이내 운동장을 바삐 달리는 혜성. 그런 그의 모습이 원해의 교실 창문 너머로도 훤히 보인다. 흘긋, 바라보는 원해.
교무실 문이 세차게 열린다. 생활부장 선생이 혜성의 귀를 잡아 끌고 교무실로 들어선다.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등교한 혜성이었던 것. 뾰로퉁한 얼굴, 삐뚤빼뚤한 글씨로 애써 반성문을 채워보는 혜성. 잠시 후, 교무실로 원해가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혜성이 원해를 쳐다보는데, 그새 딴짓이냐며 생활부장 선생에게 신문지로 머리를 맞는다. 원해, 혜성을 흘긋 쳐다보더니 담임 선생님에게 향한다. 늘 원해밖에 없다며 심부름을 맡기는 담임 선생님. 항상 고생이 많다며 원해의 어깨를 툭툭 쳐준다.
성적표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오는 원해. 쾅. 그의 뒤에서 혜성이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나온다. 움찔하는 원해. 혜성, 머리를 마구 쥐어 뜯는 듯 하더니, 창문 앞에 선다. 뭔가 결심한 듯,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는 혜성. 쿵 소리에 원해, 황급히 뒤를 돌아 보지만 혜성은 없다. 당황하는 원해. 사실 1층이라 혜성은 멀쩡하다. 그저 다시 달릴 뿐이다. 생활부장 선생이 뒤늦게 쫓아 보지만, 이미 멀어진 지 오래이다.
틱, 틱. 어두운 밤, 라이터가 켜진다. 빛이 닿지 않는 골목길, 불길 너머로 아른거리는 혜성의 얼굴. 땡그랑. 그 때, 깡통이 하나 굴러온다. 히끅, 딸꾹질 소리와 함께 원해가 혜성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혜성,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이리와. 잔뜩 긴장한 원해의 얼굴. 혜성이 심기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린다. 이내, 점차 원해의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원해가 눈을 질끈 감는다. 뿌우- 생일축하해. 코끼리 나팔을 부는 혜성, 배시시 웃는다. 혜성이 꺼낸 건 원해의 얼굴과 기타, 음표가 삐뚤빼뚤하게 그려진 케이크이다.
아무도 없는 도로 한 가운데, 케이크가 자전거 바구니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한 자전거를 같이 탄 원해와 혜성이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거리를 질주한다. 원해의 허리를 꽉 붙들고 있는 혜성. 간간히 있는 가로등이 그들의 얼굴을 겨우 비춰줄 뿐이다. 세상에 정말 원해와 혜성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순간. 둘은 크게 소리도 질러 보고, 바람을 만끽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며 하루를 날려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