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획의도
나의 관심은 생명의 최소단위인 ‘세포'의 이미지와 스토리에 있다. 세포의 현미경 사진이나 의학 저널에 실린 각종 병증에 관련된 이미지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수집하여 작품화 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의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어지럽게 널린 얼룩들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 현미경 아래 확대된 어떤 이미지들은 위대한 의학적 발견을 나타내거나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암호와도 같은 것이다.
‘진단’, ‘DNA’, ‘병증’, ‘기하학’ 등이 주요 테마이다. 작은 캔버스 프레임은 마치 실험용 접시처럼 생명의 한 조각을 담고 있다. 종이와 캔버스를 과학자의 실험실 플라스크 처럼 의식하고 작업하고 있으며 생명의 유동성과 즉흥성, 집요하고 견고한 프레임 등이 그 속에 공존한다.
3. 시놉시스
세포 막은 각각의 생명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벽이자 소통의 통로이다. 막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주름의 아름다움은 추상적인 이미지에 구상성을 부여한다. 마치 꽃잎의 주름이나 나비의 날개, 물고기의 비늘 같이 정교하게 짜여 있다. 세포의 막. 금방이라도 찢어지고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얇은 벽에 의존해서 ‘존재'가 지탱한다. 안과 밖의 막을 통해 밖과 안이 공존한다.
나는 세포 이미지 드로잉을 할 때 한편으로는 화학적 반응을 유도하고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이미지를 관찰하고 또 다른 표현으로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의식적으로 조정하여 이미지를 도출한다.
나에게 있어 작업은 내면을 투사하는 영사기와 같다. 존재가 가진 매혹적인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바라본다.